2024년 4월을 기점으로 약 7년간 다니던 회사를 나와 1년이 가까운 기간 동안 무직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 과정 중에서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이런 저런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정신건강을 회복하기도 하고, 식이조절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신체적 건강을 회복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뭔가 깔끔하게 정리된 형태로 기록을 하고 있지 않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흐릿해지거나, 당시 했던 고민과 판단을 반복하게 되는 등의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원래는 트위터를 마이크로블로그로 활용하면서 스스로의 생각과 상태에 대한 가벼운 아카이브로 썼습니다. 종종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지? 무슨 생각 하고 있었지? 같은 궁금증이 들 때마다 트위터 과거 기록을 찾아보면 됐어요.
그런데 어느 시점 이후론가 남에게 읽힐 것을 전제하고 쓰게 되는 (혹은 동일한 이유로 쓰지 않게 되는) 트윗들이 많아졌습니다. 어렸을 땐 별 눈치볼 것도 없이 아무 말이나 썼는데, 나름 머리 굵어졌다고 점잔빼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리미터를 좀 거는 경우들이 생기더군요.
물론 인터넷상에 게시하고 있는 글인 이상 누군가에게 읽히는 것은 불가피하긴 하겠습니다만, 기록하지 못하고 놓치게 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자, 일어났던 일들과 접했던 일들, 했던 판단들에 대해 여기에서 상대적으로 긴 포맷의 블로그 기사로 남김으로써 아카이빙해 나가고자 합니다.
스스로의 생각을 미래의 나만을 위해 정리하는 공간으로써 활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설사 나중에 다시 돌아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이 긴 포맷의 글로 옮겨적는 것만으로 생각의 정리가 되니까 이득.
이 블로그의 이름을 Rumination, 되새김으로 지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너무 좋아해서 만들기도 했습니다.
게임을 잘 하게 되려면 명시적이 되었든 머릿속이 되었든 플레이 결과를 기록하고 이전의 시도에서 무엇이 별로였는지를 판단하여, 다음 시도에서 개선하는 루프를 도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꽤 최근에 체감했습니다. 비단 게임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다양한 부분들에 대해 적용 가능하다는 사실도요.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니 아주 당연한 내용이긴 한데, 게임플레이를 통해 실제로 그러한 루프를 돌다 스스로 납득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은 또 느낌이 달랐습니다. 대단히 큰 내부적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어요.
이와 같은 체험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한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생각이나 일들을 비교적 자세히 기록하는 것으로 이전에 했던 생각을 또 하게 되는, 생각의 공회전이나 발전없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또 하나의 모티브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대한 경과의의 기록입니다.
저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대단히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몇 개의 프로젝트를 혼자 수행해온 것들이 있는데, 이를 진행함에 있어 과정에 대한 기록을 어딘가 남겨둔 적이 없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르다고, 지금이라도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이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에 대한 진행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기록을 남기려고 합니다. 스스로 달성감과 성취감을 느끼고 싶은 것이 제 1의 이유입니다만, 관련해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에 상당히 부담을 가진 사람입니다. 막상 시작하면 별 문제 없이 술술 진행하지만 계획하는 데에만 시간을 너무 길게 버리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머릿속에서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하고 싶다"들이 상당히 많아 패시브로 괴로워집니다.
그러면 그 작은 과정 하나하나를 글로 남기면서 머릿속을 좀 비우면 일을 시작하는 데에 대한 부담도 많이 줄겠군!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회사 다닐 때 업무기록 남기던 것 생각나고 그러네요. 그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줄은 당시 기록할 때는 참 몰랐는데. 귀찮았고.
어찌 되었든 오랫동안 계획만 하고 있던 블로그를 개설하였습니다. 꽤 전부터 계획만 하고 있던 프로젝트였는데, 열매를 맺는 것을 보니 새삼 기쁘네요. 언젠가는 바쁘다고 귀찮다고 버려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찮은 내용이라도 기록해나가고자 합니다. 야호!